[스크랩] 성요한세례자수난기념일(090829.토)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2009. 8. 29. 토)
<예언, 예언자, 예언자의 삶과 죽음>
예언이란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예언자들은 거의 대부분
회개할 줄 모르는 인간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사명을 띠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만일에 인간들이 하느님의 뜻대로 올바르게 살고 있었다면
예언자가 활동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 됩니다.
운전사들이 교통 규칙 잘 지키고 사고도 안 내면
교통경찰이 거리에 서 있을 필요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신호등을 세워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서
그 신호등을 잘 지키는지를 감시하는 경찰관이 서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인간들이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있을 때 예언자들이 등장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왜 예언자들이 박해를 받는지를 설명합니다.
회개하라는 예언자들의 말을 듣고 회개하는 사람도 있고,
그 말이 듣기 싫어서 예언자를 박해하는 사람도 있고...
세례자 요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그 당시에 그는 예언자로서 백성들에게는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권력층이 그를 싫어했습니다.
백성들은 그에게 가서 세례를 받았지만
지도층 인간들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복음서의 기록과는 달리
헤로데가 세례자 요한의 인기를 두려워해서 죽인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 때문에 자기의 권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고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첫 번째 선거에서 예상 외의 득표를 한 이후부터입니다.
유신 독재정권은 그때부터 김대중이라는 인물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역사와는 달리
왜 복음서는 헤로데와 헤로디아의 불륜을 요한의 죽음의 원인으로 기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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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야기를 돌려서
하느님께서는 왜 예언자들을 파견하시기만 하고 보호해 주시지는 않는 것일까?
그렇게 박해 받고 살해 당한다면 예언자의 임무는 실패하는 것인데,
하느님께서는 왜 그렇게 임무 실패를 보고만 계실까?
그래서 우리는 예언자의 임무를 다른 각도에서도 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인간들을 회개시키는 것이 주 임무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또 하나의 임무가 있다는 것.
예언자의 말을 듣고도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의 본 모습을 폭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잘 드러나지 않는 또 하나의 임무라는 것입니다.
누구에게 폭로를?
하느님께서는 이미 다 알고 계실 것이니 하느님을 위해 폭로하는 것은 아니고,
세상 사람들에게 하나의 본보기로,
또 그 죄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하는 폭로라는 것.
예언자가 회개를 선포할 때 회개하는 척 하는 사람도 있고,
회개하지도 않으면서 회개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대충 넘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일에 그런 사람이 더 많다면 예언자의 임무는 실패한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예언자들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집니다.
인간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냅니다.
그래서 죄인들은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예언자들을 죽이고 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언자들의 죽음은 임무의 실패가 아니라
죽음으로써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됩니다.
죄인들은 예언자들을 죽임으로써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온 세상에 드러내고 자기 자신에게도 드러내는 것입니다.
복음서에 정치적인 이유를 기록하지 않고
헤로데와 헤로디아의 불륜을 요한의 죽음의 원인으로 기록한 것은
그들의 실상, 그들의 본 모습을 폭로하는 기록입니다.
'자, 봐라, 이것이 그들의 진짜 모습이다.' 라는 것입니다.
헤로데와 헤로디아를 향해서도 '자, 봐라, 이것이 너희들의 진짜 모습이다.' 라고...
그 정도까지 된 후에는, 회개하고 안 하고는 그들 자신의 숙제로 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죽음으로써 예언자로서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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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예언직을 수행한다고 할 때,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람들의 인기나 끌고 존경이나 받는 것은 예언직 수행의 큰 장애가 됩니다.
옥석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언자란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양심을 후벼파는 말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회개하면 성공한 것이고,
회개하기를 거부하고 예언자를 박해한다면... 그것도 임무 성공입니다.
옥석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기 때문에.
만일에 예언자가 강의를 잘 하는 것으로 소문나서 여기 저기 강의하러 다니고,
잘 팔리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그건 위험합니다.
그런 인기는 그대로 돈과 명성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인기와 돈과 명성을 포기하지 않으면 예언자의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혼자 살았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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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데와 헤로디아가 밝은 불빛 아래서 호화판 잔치를 할 때
세례자 요한은 어둡고 축축한 감옥에 있었습니다.
아주 대조적인 장면입니다.
그러나 그게 진정한 예언자의 모습입니다.
만일에 세례자 요한이 그 왕실의 잔치에 특별 손님으로 초청되어서
귀한 손님 대접을 받았다면...
예언자로서의 임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예언자로 살았고, 예언자로 죽었습니다.
그는 살아서도, 또 죽으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린 예언자는 없습니다.
어떤 성직자가 지금 인기를 끌고 있고, 물질적으로 여유를 누리고 있다면,
아무리 강의 잘 하고, 책을 잘 써도... 거짓 예언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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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데 집안의 가족관계>
예수님이 태어나던 당시의 왕은 '헤로데 대왕'으로 부릅니다.
그는 왕비가 열 명이었습니다.
헤로데 대왕과 마리암느 1세 왕비에게서 아리스토불이라는 이름의 왕자가 태어났고,
그 왕자에게서 헤로디아가 태어났습니다.
따라서 헤로디아는 헤로데 대왕의 손녀입니다.
헤로데 대왕과 마리암느 2세 왕비에게서 헤로데라는 이름의 왕자가 태어났고,
그 왕자가 헤로디아의 첫 남편입니다.
헤로디아는 이복 삼촌과 결혼한 것입니다.
그 결혼에서 살로메라는 이름의 공주가 태어납니다.
복음서의 내용에서,
왕을 위해 춤을 추고 그 보상으로 요한의 목을 원한 것이 살로메입니다.
당시 그런 잔치에서 춤을 추는 것은 창녀들이 하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공주가 춤을 추었다는 것은 그 왕실의 천박함을 나타냅니다.
헤로데 대왕과 말타케 왕비에게서 헤로데 안티파스가 태어납니다.
헤로데 안티파스가 바로 세례자 요한을 죽인 헤로데입니다.
그는 헤로데 대왕 사후에 갈릴래아와 베레아 지방의 영주가 되었습니다.
그는 이웃 나바테아 왕국의 공주와 결혼을 했다가
헤로디아와 재혼하기 위해서 이혼을 합니다.
그래서 나바테아 왕국과 전쟁을 하게 됩니다.
헤로데 안티파스와 헤로디아는 이복 삼촌과 조카 사이입니다.
헤로디아는 헤로데 안티파스와 결혼하기 위해
헤로데라는 이름의 첫 남편과 이혼하고
살로메 공주를 데리고 헤로데 안티파스에게 왔습니다.
헤로데 안티파스와 그의 이복동생의 아내 헤로디아가 결혼한 것은
서로 눈이 맞아서 간통을 한 것입니다.
헤로데 대왕과 클레오파트라 라는 이름의 왕비에게서 필리포스라는 왕자가 태어납니다.
필리포스는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와 결혼합니다.
그래서 복음서에 필리포스가 헤로디아의 전남편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은 잘못된 기록입니다.
필리포스는 헤로디아의 전남편이 아니라 사위입니다.
(동시에 헤로디아의 이복 삼촌이기도 합니다.)
살로메라는 이름의 공주는 엄마의 삼촌과 결혼했으니... 도대체 촌수가 어떻게 되는지..??
이것이 헤로데 왕실의 가족관계입니다.
뒤죽박죽, 근친상간, 간통... 완전히 죄악으로 뒤범벅된 집안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그 왕실의 회개를 촉구하다가 죽었습니다.
그 죄인들은 회개하기는커녕 듣기 싫은 말만 한다고 예언자를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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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미사책의 '오늘의 묵상'에
안티파스가 신분상승을 노려서 헤로디아와 결혼했다고 기록한 것은
완전히 잘못된 내용입니다.
헤로디아의 할머니는 정통 유다인이었지만,
헤로디아의 아버지는 헤로데의 아들이었으니 정통 유다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신분상승을 원한 것은 헤로데 대왕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혈통을 높이려고 마카베오 가문의 공주와 결혼했고,
또 왕권을 강화하려고 주변 국가의 공주들과 계속 결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왕비가 열 명이나 되었던 것입니다.
헤로데 라는 이름이 세 명이나 되고 왕비도 많고 가족 관계도 뒤죽박죽이라서
혼동을 일으키기 쉬운 일이어서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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