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중제21주간목요일(090827.목)(성녀모니카기념일)
<연중 제21주간 목요일>(2009. 8. 27. 목)(성녀 모니카 기념일)
<깨어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에 한 번, 전주에서 군산으로 가는데,
가다보니 갑자기 눈앞에 통행료를 받는 tollgate가 나타났습니다.
순간 멍했습니다. 웬 tollgate?
전주 군산 간 도로가 유료도로로 바뀌었나?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사실은 월드컵 경기장 근처의 복잡한 교차로에서 길을 잘못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군산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차선 변경을 해야 하는 지점에서
아무 생각없이 운전을 하다가 그냥 직진해버렸다는 것을 잠시 후에 깨달았습니다.
차선 변경 한 번을 안 해서
군산으로 가는 산업도로가 아니라 호남 고속도로로 들어간 것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다른 길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길이 아니라 멸망으로 가는 길.
나중에라도 정신을 차리고 유턴할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걸 깨닫지 못하거나,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그냥 가면...
영영 하느님에게서 멀어질 것입니다.
죄를 짓는다는 것도 사실 많은 경우에 생각없이 살다가 짓는 것입니다.
나중에 깨닫고 회개하면 다행인데,
에라 모르겠다, 라고 자포자기하거나 가던 대로 가겠다고 고집부리면...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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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또, 한 번은 친구 신부님과 여행을 가면서
밤 늦은 시간에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던 중이었습니다.
도로는 2차선 지방 도로였고, 도로 양쪽으로는 논이었습니다.
오고 가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동네도 없고 길은 평탄하고...
졸음 운전 하기 쉬운 상황이었습니다.
친구 신부님과 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졸지 않았습니다.
가다 보니 앞에 승용차 한 대가 가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추월을 할 정도로 바쁜 일도 없어서 그 승용차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그 승용차가 갑자기 왼쪽으로 급회전을 하더니 반대 차선을 가로질러서
도로 옆의 논으로 달려 들어갔습니다.
아마도 졸다가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꺾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도로와 논이 거의 비슷한 높이여서 별다른 사고는 없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졸 수도 있습니다.
요즘 속된 표현으로 정신줄을 놓는다고 그러지요.
뭔가에 취해서, 뭔가에 빠져서,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완전히 길을 벗어나서 길 아닌 곳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대죄를 짓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을 취하게 만드는 것들은 많습니다.
알면서도, 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크게 길을 벗어나는 일은 많습니다.
그러니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쾌락에 취해서, 욕심에 취해서, 미움에 취해서...
가야 할 길을 똑바로 가지 못하고 길 아닌 곳으로 굴러들어가는 상황.
신앙생활이란 제 길을 똑바로 갈 수 있도록 늘 정신을 차려야 하는 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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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운전 이야기입니다.
어느 비오는 날 밤에 운전을 하다가
도로 한가운데에 누군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갑자기 발견하고 급정거를 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차는 미끄러졌고, 좀 위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차를 세우고 살펴보니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도로에 고인 빗물과 가로등 불빛과 여러 상황이 어우러져서 헛것을 보았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뒤에 따라오는 차가 없어서 사고는 나지 않았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헛것을 보는 수가 있습니다.
미신도 헛것이고, 세속의 권력이나 명예도 헛것입니다.
물질적인 것들도 헛것일 때가 많습니다.
잘못된 이단 사상, 잘못된 성경 해석 등도 다 헛것입니다.
요즘에는 뉴에이지 사상이나 세속의 향락주의 풍조 등이 위험한 헛것입니다.
운전을 하다가 헛것을 보고 놀라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전방을 잘 보아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헛것에 놀라면 믿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없게 하려면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믿음이란 한 번 믿는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날마다 그 믿음을 계속 새롭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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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상지원에 온 후에 운전을 할 때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클러치를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고,
클러치를 밟는 느낌도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차를 끌고 카센타에 갔습니다.
진단 결과는 클러치와 관계된 부품에 금이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부품의 이름은 듣고 잊어버렸는데,
하여간에 나중에 금이 간 부분을 보니
아주 단단하게 보이는 강철 부품인데도 금이 가서 쪼개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오래 타고 다닌 낡은 차라서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만일에 그대로 방치했다면 클러치 기능을 잃었겠지요.
운전 중에 그 부품이 쪼개졌다면 사고가 날 수도 있겠고....
신앙생활이라는 것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세례를 받았다고 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재정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날마다 반성하고, 회개하고, 신앙생활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올바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가? 그것도 점검해야 하고...
방치하고, 방심하면... 신앙생활도 고장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이 고장난다는 것은 잘못된 신앙생활을 하거나
믿음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언제 재림하실지 모르니까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그렇게 하루 하루 꼼꼼하게 신앙생활을 정비하고 점검해야 한다는 말이고,
인생이라는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점검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의 일입니다.
인류의 종말 그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각자 개인의 종말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일입니다.
누구든지 항상 준비하고 대비하고 있어야 할 일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제대로 묵상할 수만 있다면,
삶이 쉽게 빗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올해에 세상을 떠난 추기경님, 두 분의 전임 대통령,
또는 요근래 세상을 떠난 유명인사들의 죽음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물론 유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죽음도 다 의미 있고 중요하긴 합니다.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 아름답게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것을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계절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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