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중제16주간금요일(090724.금)
<연중 제16주간 금요일>(2009. 7. 24. 금)
<딴 생각 하지 말 것>
여름이 되니까 티브이에 귀신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우리 교회는 마귀나 귀신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방송에 등장하는 그런 귀신은 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귀신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을 해칠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그것은 자기 마음이 만들어낸 헛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래서 귀신을 무서워하는 사람일수록 귀신을 더 보게 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무서워하기 때문에 귀신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마음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미신적인 성향인데,
신자들 중에도 그런 미신적인 생각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손 없는 날, 즉 길일이라고 결혼식을 많이 할 때에는
성당에서도 혼배미사가 많습니다.
본당신부들이 그런 길일을 따져서 날짜를 잡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점쟁이들이 날을 잡을 텐데,
점쟁이에게 날을 잡아서 성당에서 혼배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과연 잘하는 일입니까?
토정비결, 사주, 손금, 관상, 궁합 등등을 보는 신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저 장난으로 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7월 24일이 중복인데,
복날이라는 것이 십이간지와 음양오행을 근거로 해서 계산하기 때문에
사실 그것도 미신입니다.
성당에서 복날을 꼭 챙길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미신이 아니라 풍습이라고 우기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7월 24일은 금요일이고 금육재를 지키는 날입니다.
1987년도 대통령 선거 때,
모든 국민이 불상을 지니고 다니게 하면,
여당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십원짜리 동전에 불상을 새겨 넣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1987년 이전의 동전과 이후의 동전이 다릅니다.
십원짜리 동전에 불상처럼 보이는 것을 새로 새겨 넣은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불상이 아니라, 불국사 다보탑에 있는 해태상입니다.
어떻든 그런 소문을 믿은 사람들이 많기는 했습니다.
우리 나라는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사주의 영향을 받아서
그것을 미신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때가 많은데,
사주라는 것은 별의 움직임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을 섬기는 우상숭배와 같은 것입니다.
별을 만드신 하느님을 믿지 않고 별을 믿는 것은 죄악입니다.
그런 미신적인 성향 뿐 아니라,
다른 종교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전에 있었던 본당에서 본 일인데
다른 종파에서 수요일 저녁 예배를 중시하니까,
성당에서도 그런 줄 알고, 주일과 수요일에만 성당에 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수요일은 평일 중 하루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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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의 독서 말씀에는 십계명이 나오고,
복음 말씀에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나옵니다.
십계명 중 첫 세 계명은 하느님과의 관계, 우리의 신앙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일곱 계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윤리 도덕입니다.
첫 세 계명의 핵심은 하느님만 섬기고 우상숭배에 빠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복음 말씀에서는
씨가 자갈밭이나 길바닥이나 가시덤불에 떨어지는 것과
좋은 땅에 뿌려지는 것을 비교하고 있는데,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리 마음이 어디에 가 있고, 어떤 자세로 믿느냐에 따라서
그 신앙의 자세와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가르치는 비유 말씀입니다.
성당에 잘 다니고 믿음이 깊어지는 데에는
머리 좋고 영리하고 똑똑한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순수하게 말씀을 받아들이고 믿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들이
오히려 여러 가지 세상 걱정과 잡념으로 인해서
신앙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머리 좋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징크스니 뭐니 신경 쓰면서 미신적인 데로 빠지면 더 잘 빠지고
미신이 아니더라도 과학을 미신처럼 맹신하기도 하고,
교리 내용이나 성경 말씀에 이의 제기를 더 많이 하면서 믿음을 갖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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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딴 생각 말고 단순한 믿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도할 때나 성경을 읽을 때나
쓸데없이 토달지 말고, 쓸데없는 공상하지 말고...
들리는 대로 말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딴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 안에서는 복음 말씀도 힘을 잃는 법입니다.
온갖 잡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꿈도 더 많이 꾸고,
헛것도 더 많이 본다는 것... 다시 말해서 마귀가 유혹하기가 참 쉽다는 것.
(자기 의지가 아닌, 저절로 생기는 분심잡념은 자기 탓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로 온갖 잡생각에 빠져들고, 그걸 즐기고,
마음이 흩어져 있는 것은... 그건 자기 탓입니다.
그건 마귀를 불러들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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