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ITAS/카리타스 봉사단
폭설 피해 복구-서울 카리타스 봉사단
도구 Ludovicus
2009. 6. 1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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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카리타스 봉사단, 폭설피해 복구 현장을 가다
비닐하우스 세우며 무너진 마음도'부축'
인삼재배용 검은 차양막이 땅에 납작 엎드렸다. 심지어 차양막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에 덮인 곳도 있다. 1~2년 혹은 5년 동안 재배, 수확을 코 앞에 뒀던 인삼 밭이 다 망가졌다. 고추나 배추 같은 주작물과 지역 특산 복분자를 재배해온 비닐하우스도 상당수 붕괴됐다. 퇴비를 쌓아두던 퇴비사나 닭, 돼지 등 가축을 키우던 축사도 마찬가지. 12월30일 세밑을 앞둔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일대는 처참할 정도였다. 군ㆍ경은 물론 각 종교단체마다 대거 봉사에 나섰지만, 워낙 재해규모가 커 농민들은 망연자실해 있다.
"이런 난리가 어딨습니까? 자고 나면 오고, 자고 나면 또 오고…. 제 평생 이런 폭설은 첨이예요. 차라리 나이라도 많이 먹었다면 아예 농사짓기를 포기할텐데 내년 농사를 다시 지어야하니,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참 답답하네요. 내년 수확할 작물마저 이번 폭설로 다 망가진데다 품값을 제하고 자재 값만 1동당 150만원씩 들어가는 하우스를 새로 지어야하니, 어쩜 이럴 수가 있나요?"(조남용 베드로, 69, 신태인본당)
이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카리타스봉사단(단장 정점길 세례자 요한)이 신태인 백산리농원을 방문, 복구활동에 나섰다. 사회복지 현장 봉사는 여러차례였지만 재해 복구는 이번이 처음. 그래선지 의욕도, 복구 열의도 한결 높다.
불과 23명, 하지만 '정예' 봉사자들로 구성된 카리타스봉사단은 이날 새벽 오전 6시30분 서울에서 출발, 9시30분께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하루종일 땀을 흘렸다. 조남용씨 밭에 있는 45m짜리 비닐하우스 4동 중 무너진 3동이 주된 활동 현장. 고추와 배추를 재배 중이던 하우스는 망가질대로 망가져 파이프 제거부터 나섰다. 일일이 손으로 철제 파이프를 잘라내 치우고 성한 것은 재활용하기 위해 다른 한 켠에 세워뒀다. 남ㆍ녀, 장애 구별없이 땀을 흘리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했다. 이날 비닐하우스 3동 철제 파이프와 비닐, 각종 자재를 철거한 카리타스봉사단은 내친 김에 재활용이 가능한 파이프를 모아 비닐하우스 1동을 재건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 서현석(비오, 19, 서울 수락본당)군은 "처음엔 귀찮게 여겼는데 의미 없이 놀다 재해현장에 와서 봉사하면서 실의에 빠진 어르신들께 도움이 되니 기분이 좋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다음에도 또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사흘 전인 12월27일 사전답사를 통해 전주교구 신태인본당 관할 피해지역을 둘러본 바 있는 카리타스봉사단은 이날 신태인본당(주임 김봉술 신부)에 코르덴바지와 여성용 정장 등 새 의류를 전달하고 추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본당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먹을거리를 후원키로 약속했다. 아울러 사전답사에서 피해는 크지만 하루 봉사로는 피해복구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 현금용(가스발, 60) 신태인본당 동막공소 회장의 복분자 재배 비닐하우스 등 동막리 일대 교우촌 비닐하우스 복구는 오는 3월쯤 날이 풀리는대로 일정이 잡히면 일손을 보태기로 했다.
김봉술 신부는 이날 봉사 직후 "성탄에 즈음해 내린 폭설로 농민들이 큰 아픔을 겪었지만 그 아픔을 통해 마음의 힘을 얻기도 했다"며 "오늘 봉사를 하신 분들도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됐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1월 8일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