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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마케팅?

도구 Ludovicus 2009. 3. 28. 10:39

김수환 마케팅?
"이번에 신자가 백만 명쯤 늘지 않겠어"
2009년 03월 21일 (토) 20:53:19 박영대 bundo210@hanmail.net

 

   

김수환 추기경

지난 2월 20일 3개 공중파 방송 모두가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를 생중계하는 걸 보면서 이건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종파를 떠나 온 국민이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였다고 하더라도, 특정 종교행사를 3개 공중파가 동시에 생중계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지나쳤다. 중요 국제 스포츠 경기도 전파와 외화 낭비라는 비난 때문에 3개 방송사가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중계하지 않는가?

내 기억으로는 이번처럼 종교행사를 공중파에서, 그것도 3개 공중파에서 동시에 생중계한 일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특정 종파 편향 방송이라고 비난받았을 만한데, 불교도 개신교도 잠잠했다. 그만큼 김수환 추기경 추모 분위기는 대세였다.

그 며칠 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모임에서 개신교 신자들을 만났다.

“이번에 김수환 추기경님 때문에 천주교 신자가 더 늘겠어요. 한 백만 명은 늘지 않겠어요?”

만 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일이 천주교 교세 증가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게 분명하긴 하다. 김 추기경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천주교가 사회정의와 민주화에 이바지한 양심적이고 품위 있는 종교라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강화했으니까.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를 분석하면서 천주교가 지난 10년 동안 급성장한 데는 직접 선교보다 이 같은 이미지가 큰 구실을 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김 추기경 추모 열기 속에서 가장 많이 언론에 등장했으면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이는 정진석 추기경이었다.

“김 추기경님이 돌아가셨으니 새 추기경이 나와야 되겠어요. 누가 추기경이 될 것 같은가요?”
“지금 예절을 진행하는 저분도 추기경님이세요. 정진석 추기경.”
“그래요? 김 추기경 말고 우리나라에 다른 추기경이 있었어요? 몰랐네요.”

대강 김 추기경 추모 분위기에서 천주교 신자와 비신자 사이에 자주 오갔던 대화였다고 한다. 있지만 존재감이 없는 존재, 그래서 슬픈(?) 존재가 정진석 추기경이었다. 왜 이처럼 정진석 추기경은 교회 밖 사람들에게는 있으면서도 없는 신세가 되었을까? 정 추기경은 추기경이 되기 전부터, 추기경이 된 뒤에도 한 번도 의미 있는 사회 발언과 행동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니 교회 밖 사람은 정 추기경을 알 수 없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곧 잊히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어떤 이는 이번에 정 추기경이 누구보다도 느낀 바(?)가 많았을 것이고, 앞으로는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정 추기경이든 한국천주교회이든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그냥 있는 게 아니라 교회로 살고 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신학연구소는 수익사업의 하나로 선교 소책자 <당신을 초대합니다>를 팔고 있다. 인천교구 선교국과 함께 기획 제작한 홍보물이다. 며칠 전 대구교구 한 본당에서 선교 소책자를 주문하면서 김수환 추기경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내용 보완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인천교구 선교국으로도 김 추기경을 부각시키는 선교 홍보물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김수환 마케팅’ 아니 ‘김수환 선교’라고 해야 할까?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 발표 뒤에 <시사저널> 청탁을 받고 쓴 글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천주교회의 이미지는 과거형이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한국 천주교의 도덕적 이미지도 과거형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천주교회가 보수화하면서 천주교 사회운동도 크게 약화되었다. 최근에는 한국 천주교회가 사회 의제에 공식 발언하거나 참여하는 예가 거의 없다. 직접 이해가 걸려 있는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정도이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한국 천주교회는 ‘중산층화-도시화한다, 가난한 이들에게서 멀어진다’라고 비판받았다.”

우리는 70년대와 80년대에 김수환 추기경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이 만들어놓은 이미지 덕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교회 모습은 교회 밖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을까?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