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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생태계 교란-2(들꽃세상제공)

도구 Ludovicus 2009. 3. 26. 22:07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생태계 교란 - 2











4. 기후 변화가 이끄는 생태적 부작용




수많은 동식물로 어우러지는 자연 속의 생태계는 촘촘한 그물과 같다. 먹이와 에너지, 생식과 성장들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서로 긴밀하게 의존한다. 그물망으로 얽힌 생물들의 복잡다단한 생산과 순환은 독특한 습기와 토양을 가꾸어가고, 습기와 토양은 다시 생태계의 조성에 영향을 주며 오랜 세월 안정된 질서를 유지해왔다. 안정된 생태계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국지적인 환경변화는 작은 생물들의 진화를 여기저기에서 유발시키며 그물코를 어지럽히지만 곧 안정된다. 반면 지구온난화와 같은 거대한 환경변화는 장기적으로 생태계 전반의 막대한 변동으로 연결될 것이다. 열대우림이 사바나에 밀려나거나, 사바나가 확산되는 사막에 자리는 내주는 일련의 변동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그 시나리오가 얼마나 빨리 또는 서서히 진행되느냐에 따라 생태계의 변동도 달라지겠지만, 긴밀했던 생태계의 그물코는 연결고리를 잃어 한동안 흐트러질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기존 생물종이 대거 도태되거나 새로운 생물종으로 진화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하지만 환경이 안정되어 생물종의 다양성이 회복되면 그물코도 수리될 것이다. 문제는 개별 생물종과, 그 생물종 내의 개체들이다. 변화되기 이전의 생태계에 적응하며 살아가던 수많은 생물종과 개체들에게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초래된 뒤일 것이다.




생물종 다양성이 보전된 생태계는 변동이 생겨도 다시 안정하게 되는 시간이 비교적 짧다. 구성하는 생물종이 달라질지언정 과거의 건강한 모습을 거의 회복할 수 있다. 반면 단순 수목을 식재한 조림지나 단일 품종을 파종하는 대규모 경작지처럼 분포하는 생물종이 단순한 생태계에 변동이 초래된다면 사정을 다르다. 고추밭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소출을 보장한다고 광고해서 큰 돈 내고 구입한 고추종자는 유전적 다양성이 없다. 그런 고추를 파종한 고추밭에 탄저병이 돈다면 농민은 바싹 긴장해야 한다. 방심하다 보면 투자비를 몽땅 잃을 수 있다. 배나무 풍뎅이, 벼 이삭도열병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품종을 획일적으로 심고 파종한 경작지에 발생하는 질병은 방심하면 치명적이다. 농부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농촌지도사들은 해충과 바이러스를 추정하고 그에 대응하는 몇 가지 약제를 적기에 살포하라고 충고하지만, 만만치 않은 농약 값보다 농민들을 걱정스럽게 하는 것은 농약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는 기존 경작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예상할 수 없는 강우와 기온은 변화된 환경에 취약한 단일 품종 작물의 면역을 크게 떨어뜨리고, 일찍이 경험하지 않은 질병이 확산되면서 농민의 영농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지 모른다. 농민은 물론 농촌지도사도 변화하는 경작지 환경에 어떤 농작물이 어울릴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다가 아열대화한다고 종료나무가 우리 해안에 자생할 수 없듯 기온이 아무리 상승한다고 바나나나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 과일을 아무데나 심을 수 없다. 전통 농작물을 파종했던 우리 경작지의 토양과 기후 조건은 열대 과일과 거리가 먼 것이다. 열대 과일에 맞춰 토양 조건을 개선하려고 많은 비용을 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농 기술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소출이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그 돈으로 수입해 먹는 편이 차라리 경제적일 것이지만, 문제는 다른 데 더 있다. 방제 방법을 모르는 곤충과 잡초가 새로 들어온다면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높다. 열대 과일은 주식이 아니므로 포기하고 다를 주곡을 찾으려 해도 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피나는 노력으로 변화된 기후에 적합한 다른 작물을 찾았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전통 밥상에 익숙한 음식문화는 새로운 식사법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음식처럼 보수적인 문화도 없다지 않은가.




기존 생태계가 무너져 생긴 빈 공간에는 엉뚱한 생물종이 깃든다. 이른바 ‘귀화종’이다. 작은 물고기와 토종 개구리는 물론, 뱀과 새까지 잡아먹어 큰 충격을 준 황소개구리는 섬 지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국 농업용 저수지를 주름잡고 있다. 천수답 가장자리의 물웅덩이를 없애버린 관개농업은 모내기철이 되어야 논에 물을 공급하는데, 이는 3월과 4월에 동면에서 깨어나 물이 고인 논에 산란하는 북방산개구리와 참개구리들의 수를 크게 줄였다. 개구리의 감소는 때까치와 청호반새의 수를 차례로 줄이고 논 주변을 기웃거리던 무자치까지 보기 드물게 만들었다. 결국 여름철에 수만 개의 알을 낳는 황소개구리만 번성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뜨거운 봄날, 동면에서 잘 못 깨어난 황소개구리가 본능적으로 웅덩이를 찾았다가 제 암컷으로 착각한 두꺼비가 등을 타고 끌어안자 죽어버린 경우도 있다. 두꺼비 피부의 독이 황소개구리의 피부를 뚫고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당시 전문가는 설명했다. 황소개구리의 확산에 놀란 정부는 급조한 이벤트를 통해 황소개구리 잡기에 한때 열 올렸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돈으로 낚싯대를 든 사람을 유인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황소개구리는 백로나 왜가리와 같은 야생조류가 개체수를 조절한다. 관개와 화학농법으로 먹이가 줄어든 들판보다 군용 숟가락만한 황소개구리 유생이 우글거리는 저수지를 즐겨 찾기 때문이란다.




담수어류 전문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절대 제거할 수 없으니 더는 확산되는 걸 막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한 큰 호수의 배스나 블루길도 파괴 또는 변형된 우리 생태계에 자리 잡은 외래종이다. 저수지를 비울 수도 없는데 깊은 호수에서 토종 물고기를 폭식하는 배스와 블루길의 수를 제어할 마땅한 수단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애완용으로 들여와 분양했지만, 덩치가 커지자 방생한 붉은귀거북도 관리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호수 가장자리의 모래밭을 없애 산란을 차단하는 방법은 토종 남생이와 자라의 번식을 가로막을 것이다. 기계가 접근하기 어려워 놀리는 경작지나 버리고 간 집터, 등산로로 파괴된 숲 가장자리에 터 잡고 여간해서 물러서지 않는 미국자리공도 수입 곡물을 통해 들어온 돼지풀이나 서양민들레처럼 다양성이 실종된 생태계에 뿌리내리고 있다. 사람에 의한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일찍이 없었던들 결코 초대받지 않았을 귀화생물들이 이 땅의 주인처럼 자리 잡은 이상 제거할 수 없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다. 바뀐 생태계에 사람이 적응할 차례다.







5. 나가는 글




추운 지방에 갈수록 표피가 줄어드는 현상을 생태학에서 ‘버그만의 법칙’으로 정의한다. 열대지방 토끼 개체들은 귀와 다리가 긴 반면 한대지방의 개체들은 짧고 몸도 통통하다. 표피가 상대적으로 작으므로 체온을 덜 빼앗길 것이다. 혹자는 체온을 덜 빼앗기기 위해 몸이 통통해졌다고 설명하고 싶겠지만, 소심한 기린이 높은 가지의 잎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통통한 몸이라야 상대적으로 살아남기 쉬운 환경이 한대지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체들마다 차이가 있어 다리와 귀가 큰 토끼도 간간이 태어나겠지만, 다리가 길고 귀가 크면 천적의 움직임을 먼저 파악하고 빨리 피신할 수 있겠지만, 천적보다 추운 기후가 토끼에게 더 두려운 존재였던 게 분명하다. 곰도 순록도 늑대나 호랑이도 더운 지방의 유사종에 비해 훨씬 통통하다. 원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북극의 이누잇보다 아프리카 주민들의 몸매가 훨씬 날씬하다. 환경 조건에 따라 유전자가 다르게 발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구가 서서히 더워지면 한대지방 토끼의 귀가 커질지 모른다. 바꾸어 말하면 짧은 귀를 가진 토끼들은 서서히 도태될 거라는 뜻이다.




뜨거운 물을 어항에 쏟아 넣으면 잽싸게 튀어 달아날 개구리도 서서히 데워지는 어항 물에서는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는다. 사람들의 욕심 사나운 개발로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있다. 기후대가 바뀌고 기상이변이 속출하며 많은 생물종은 멸종 행진을 멈추지 못한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질병이 출현하는가 하면 과거의 질병이 강화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변화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진화해가는 생물종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람은 생태계의 예기치 않은 변화를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는 것 같다. 무분별한 개발과 자원 낭비를 멈추기는커녕 전혀 줄이지도 않는다. 자본과 과학기술을 총동원하며 자신만의 환경을 유지하려고 갖은 애를 다 쓴다.




가장 오래 살았던 수렵채취 시절, 사람들은 자연의 환경을 거의 변형하지 않았다. 최초의 경작이 시작되고 산업혁명을 본격화하기 전까지 자연을 개조했어도 자신의 삶까지 위협하지 않았다. 산업혁명 시대에서 핵무기 시대를 지나 생명공학 시대로 접어든 요즘,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를 과소비하며 불필요한 물건을 양산하고, 순환 불가능한 폐기물로 생태계를 오염시키면서 자신의 터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실을 거의 깨닫지 못한다. 생태계 구석구석에서 불길한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건만 인간의 지독한 근시는 사태의 본질을 읽어내지 못한다. 어쩌면 외면하는지 모른다. 타이타닉호가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걸 알면서도 지갑 여는 승객들의 즐거움을 막고 싶지 않아 그대로 돌진한 선장처럼, 무너지는 징후를 간파하고도 털어내는 손님들의 전대를 의식해 대피방송을 자제했던 삼풍백화점의 사장처럼, 문제를 인식하고도 입 다물고 싶을지 모른다. 체르노빌 핵발전소와 핵연료 공장이 거푸 폭발해도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강행하고,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삼협댐을 건설하며, 적조가 확산되는데 갯벌을 거듭 매립하는 무모함은 누구를 배려하는 배짱이던가.




추우면 석유 펑펑 태우며 여우 가죽 벗겨 입고, 더우면 핵발전소 가동하며 에어컨 팡팡 트는 사람은 정수기와 공기정화기로 환경변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돋아 오르는 송전탑과 넘치는 방사성 물질은 백혈병과 뇌종양을 증가시키고 농약에 절은 농작물과 남용하는 항생제는 전에 없이 많은 사람에게 퇴행성질환을 유발시키는데, 생명공학을 떠받드는 사람은 서서히 더워지는 어항 속의 개구리처럼 근본이 위협받는 생태계의 변화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아니 외면한다. 자본이 주도하는 과학기술을 확신하기 때문일까. 집중호우도 예견하지 못하는 과학기술로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지 모르지만 똑똑한 사람이 아무리 기고만장해도 부처님 손바닥이다. 과학기술을 총동원하여 만든 거대한 유리 돔 내부에 인공 생태계를 조성해보았지만 실패하고 만 사람들은 이제라도 자연 앞에서 좀 겸손해야 한다. 타이타닉 호가 방산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을 때, 삼풍백화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때, 자신이 탈 구명선을 확보하려 애쓰기보다, 먼저 빠져나가려 혼잡한 승객을 밀치기보다, 아직 타이타닉호의 방향키를 돌리거나 백화점 승객들을 대피시킬 여유가 있다면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사람도 생물인 이상 사람에게도 맞는 환경이 있다. 승용차나 고층건물이 아니다. 자신의 데우고 있는 어항 속에서 헐떡거리는 사람은 이제 본연의 환경을 되찾아야 한다. 한대지방의 토끼는 통통해야 건강할 수 있듯, 사람들도 자신의 타고난 유전자에 맞는 삶을 회복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징후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아직 제 땅에서 제 철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을 때, 제발 겸손하고, 부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람은 밥을 먹고 사는 생명이지, 철근 시멘트나 자동차를 뜯어 먹거나 반도체와 제 후손을 삶아먹는 괴물이 아닌 것이다.


출처 : 골짜기사람들
글쓴이 : 김골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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