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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월 11일 주님의 세례 축일 세례성사의 뜻

도구 Ludovicus 2009. 1. 13. 07:42

주님의 세례 축일 강론 : 세례성사의 뜻

 

오늘은 주님의 세례축일이니 세례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겠다.

어느 본당에 할머니가 신부님을 찾아와 부탁했다.

“신부님, 제가 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강아지가 있는데 제가 죽으면 같이 천당에 가고 싶습니다. 그러니 제 강아지에게 세례를 주십시오.”

신부님이 듣고 보니 너무 황당한 부탁이었다. 세례는 사람에게나 주는 것이지 개에게 세례를 준다는 말은 도대체 들어본 적도 없고 신학교에서 그렇게 배운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아지에게는 세례를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랬더니 그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할 수 없군요. 신부님이 제 강아지에게 세례를 주시면 감사예물로 드리려고 1억 원을 가져 왔는데, 다른 데 가서 알아봐야겠군요.”

이 말을 들은 신부님이 귀가 번쩍 뜨여 할머니의 부탁대로 강아지에게 세례를 줬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신학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라 주교님을 찾아가 말씀드렸다.

“주교님, 제가 몹쓸 짓을 했습니다. 우리본당의 할머니가 아끼는 강아지에게 세례를 줬는데 아무래도 주교님께 보고해야 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주교님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신부님을 야단쳤다. 주교님의 꾸지람을 다 듣고 난 신부님이 마지막에 한 마디 했다.

“그런데 주교님, 그 할머니가 세례 감사예물로 1원 억을 주셨습니다.”

그러자 주교님이 귀가 번쩍 뜨여 물었다. “그 강아지 견진은 언제 주면 좋겠는가?”

 

  요한복음 3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니코데모라는 사람과 대화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니코데모에게 주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 니코데모는 깜짝 놀랐다. 그는 그 사회에서 출세한 사람이었고, 나름대로 지켜야 할 체통과 지위가 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니코데모가 깜짝 놀라 반문했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주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 주님께서는 영적인 것을 말씀하셨는데, 니코데모는 육적으로만 알아들었던 것이다. 주님의 말씀을 요약하면, 구원을 받으려면 세례성사가 필수적이라는 말씀이다. 세례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미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세례를 받았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노력을 해야 한다. 요즈음은 약식으로 이마에 물을 붓는 세례방법을 택하지만 초대교회 때 세례방법은 아주 장엄했다. 세례성사를 받을 후보자들이 먼저 세례복으로 갈아입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침수세례를 거행했다. 물이 무릎에 차고, 허리에 차고, 가슴에 차고, 목까지 차게 되었다. 목이 물에 찬다는 것은 사람이 죽는다는 뜻이다. 그 상태서 다시 건너편에 있는 계단으로 걸어올라 갔다. 물에서 점점 빠져 나와 완전히 밖으로 나오는 것을 다시 살아난다는 뜻이다. 세례성사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세례성사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한다는 것을 뜻한다. 내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셨던 것처럼 사는 삶을 뜻한다. 이렇게 살 때 우리는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라고 말할 수 있다.

  세례성사만 받으면 모든 것이 다 끝나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비신자 교리반에 열심히 나와서 세례를 받으면 졸업한 것으로 착각하는 새 영세자들이 종종 있다. 유치원생이 유치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공부가 끝난 것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사실 그때부터 공부가 시작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례성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때부터 신자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세례성사의 뜻을 잘 새겨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는 삶을 살아야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

오늘 주님의 세례축일에 우리가 받은 세례성사의 은총에 감사하며, 우리의 세속적인 욕망을 십자가에 못 박고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도록 노력하자.

출처 : 성서 백주간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이중섭 마태오신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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