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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천천히 우리를 인도하시며

도구 Ludovicus 2008. 12. 29. 07:57

 

 

 

  성가정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독서 : 1요한 2,3-11 복음 : 루카 2,22-35

  

 

천천히 우리를 인도하시며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루카 2,22-­35)

 

 

요즘 세상을 보면 마치 육상 선수가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듯이

빠른 것이 미덕인 사회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디지털 기계는 물론이고

일상 전반의 문화가 ‘빨리 더 빨리’라는 구호 아래 숨을 헐떡이며 서로 앞다투어

경쟁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빠른 성장과 발전 아래에 더 풍요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우리 모습은 예전보다 더 행복하고 편안한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저 역시 휴대전화가 생기고부터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조급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집니다.

 

약속시간이 되면 바로 휴대전화를 보고 조금 망설이다 전화를 걸어 조급증을

드러내는 제 모습을 봅니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약속 장소를 서점이나 한적한

곳으로 정해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문명의 좋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맞춰 살기에

급급한 현대인의 모습이 조금씩 제 몸과 마음에도 배어 있는 것을 봅니다.


시메온은 하느님의 기약 없는 약속을 기다립니다. 그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그리스도를 볼 수 있다는 그 희망으로 살아갑니다.

 

한 해 두 해, 아니 십 년, 이십 년이 흐르면서 그 약속을 의심하기보다

더 큰 희망과 기대로 오히려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기뻐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은 빨리빨리 우리를 채워주시기보다 천천히 우리를 인도하시며

하느님이 이루어 주시는 순간을 온전히 맞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켜

주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희망이 무르익을 무렵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기대보다 더 큰 것을

보여주는 분이십니다. 시메온의 인내와 믿음은 조급하고 의심 많은

우리의 부족함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황지원 신부(작은 형제회)

 

         

 

 

                       

 

 

출처 : 베텔 하늘방
글쓴이 : 마르가릿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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