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천천히 우리를 인도하시며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루카 2,22-35)
요즘 세상을 보면 마치 육상 선수가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듯이 빠른 것이 미덕인 사회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디지털 기계는 물론이고 일상 전반의 문화가 ‘빨리 더 빨리’라는 구호 아래 숨을 헐떡이며 서로 앞다투어 경쟁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빠른 성장과 발전 아래에 더 풍요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우리 모습은 예전보다 더 행복하고 편안한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더 조급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집니다.
약속시간이 되면 바로 휴대전화를 보고 조금 망설이다 전화를 걸어 조급증을 드러내는 제 모습을 봅니다.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약속 장소를 서점이나 한적한 곳으로 정해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문명의 좋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맞춰 살기에 급급한 현대인의 모습이 조금씩 제 몸과 마음에도 배어 있는 것을 봅니다.
그리스도를 볼 수 있다는 그 희망으로 살아갑니다.
한 해 두 해, 아니 십 년, 이십 년이 흐르면서 그 약속을 의심하기보다 더 큰 희망과 기대로 오히려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기뻐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은 빨리빨리 우리를 채워주시기보다 천천히 우리를 인도하시며 하느님이 이루어 주시는 순간을 온전히 맞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켜 주시는 분입니다. 보여주는 분이십니다. 시메온의 인내와 믿음은 조급하고 의심 많은 우리의 부족함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황지원 신부(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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