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 “너의 하느님은 임금님이시다.” 하고 시온에게 말하는구나. 8 들어 보아라. 너의 파수꾼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다 함께 환성을 올린다. 주님께서 시온으로 돌아오심을 그들은 직접 눈으로 본다.
9 예루살렘의 폐허들아, 다 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려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예루살렘을 구원하셨다. 10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거룩한 팔을 걷어붙이시니, 땅 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제2독서 히브 1,1-6
1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2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들기까지 하셨습니다. 3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그분께서 죄를 깨끗이 없애신 다음,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4 그분께서는 천사들보다 뛰어난 이름을 상속받으시어, 그만큼 그들보다 위대하게 되셨습니다.
5 하느님께서 천사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또 “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되리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까? 6 또 맏아드님을 저세상에 데리고 들어가실 때에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천사들은 모두 그에게 경배하여라.”
복음 요한 1,1-18
1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2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3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4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
<6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9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 10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1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
12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13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
14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15 요한은 그분을 증언하여 외쳤다.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한 분이시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
16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17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18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
Merry Christmas!!!
어제 성탄자정미사 끝나고 뒤풀이를 늦게까지 해서 이제서야 글을 올리네요. 이해해주시길 바라며... 새벽묵상글 시작합니다.
한 구두쇠 상인이 있었는데 그 역시 죽음을 피할 수가 없었지요. 그의 죽음이 임박해지자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상인은 아내를 찾습니다.
"여보, 당신 내 곁에 있소?"
"예, 당신 곁에 있어요."
부인이 대답했지요.
"큰아들 있니?"
장남을 찾았습니다. 장남 역시 울먹이면서 대답합니다.
"예, 아버지."
"큰딸도?"
이번에는 큰딸을 찾습니다. 큰딸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말합니다.
"예, 아버님, 아버지 발치에 서 있어요."
"그럼 막내도 여기 왔니?"
"예, 아빠."
막내는 눈물을 흘리면서 힘들게 대답합니다. 그러자 갑자기 죽어가던 아버지가 벌떡 몸을 일으키면서 화난 목소리로 말하더래요.
"그러면 도대체 가게는 누가 지키고 있단 말이냐?"
글쎄요. 무엇이 중요할까요? 여기서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물질적인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아버지는 화를 내면서 가게 걱정만을 합니다. 설마 죽음의 순간까지 이럴까 싶지만,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을 놓지 않으려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때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닐 것 같은 걱정이 생깁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우리들의 구원을 위해서 이 땅에 오신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날인데 우리들은 다른 것에만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성탄 카드를 쓰고, 성탄 선물을 사고, 또한 성탄 장식을 하는데 온 힘을 다 쏟습니다. 이것뿐입니까? 동창회 있지요. 망년회 있지요. 또 얼마 후에 있을 송년회까지……. 모임도 많고 프로그램이 많아서 너무나 분주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예수님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신경 쓸까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오늘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구원자 예수님께서 오늘 이 땅에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은 비천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희망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직접 화려한 궁전에서 태어나신 것이 아니라, 가장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짐승의 구유에 누이신 것입니다. 예수님에게는 화려한 궁전도 하늘나라에 비하면 한없이 비천한 곳일 텐데 그보다도 더 낮은 자리를 찾아서 오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초라한 마구간을 또한 짐승의 구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세상에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외면하고, 대신 화려하고 멋진 곳만을 찾아가려 합니다. 그래서 초라한 곳에 계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요즘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또한 지난달에 있었던 수능시험을 치룬 학생들 중에 점수가 모자라 낙심되는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외로움을 간직하고 계신 분도 계십니다. 또한 질병으로 인해서 절망 속에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분들 곁에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들 역시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이 땅의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새 희망을 주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 점을 기억하면서 우리 역시 예수님의 길을 따르도록 합시다. 초라한 마구간의 길을 또한 비천한 말구유의 길을 그리고 고통과 슬픔의 십자가의 길을……. 바로 그 뒤에 주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이 있습니다.
오늘 아무리 짜증나더라도 내게는 즐거움, 그저 즐거움만 있을 뿐이다.(존 켄드릭 뱅스)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록(‘좋은생각’ 중에서)
매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사진을 찍는 부부가 있었다. 독일 베를린에 살던 안나 바그너와 리하르트 바그너가 그 주인공. 스물여섯 살의 안나와 스물일곱 살의 리하르트는 1900년에 결혼식을 올렸다. 아마추어 사진가인 리하르트는 그해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이브에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카드로 보냈다. 이는 안나가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942년까지 계속되었다.
얼핏 보면 사진 속 풍경은 모두 비슷하다. 크리스마스트리와 그 앞의 바그너 부부,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식된 식탁, 소박한 실내장식.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살림살이와 바그너 부부가 받은 선물 등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한 살씩 나이를 먹어 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신혼부부이던 두 사람은 어느새 중년이 되고, 흰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늘어난 할아버지할머니가 되었다.
바그너 부부는 1차대전 초기에 독일군의 진격 상황을 기록한 지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두꺼운 외투를 입고 찍은 사진 밑에 “석탄이 부족해서.”라는 글을 남겼다. 이 사진들은 반세기가 흐른 뒤 한 집의 다락방에서 발견되었고, 책으로 출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바그너 부부가 40년 넘게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특별한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록. 세월 따라 변해 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남겨 두고 싶어서였을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늘 함께하자는 약속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