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강론.묵상
[스크랩] 사제 독신제도/전광진 엘마노 신부
도구 Ludovicus
2008. 12. 2. 07:58
교회론 20, 사제 독신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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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자들의 열에 아홉은 신부가 독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부가 결혼한다고 하면 많은 경우에 ‘그라만 성당에 안나간다아...’캅니다.
우리 신자들의 사제독신사랑은 거의 결사적인 것 같습니다.
30년 이상 성소가 단절된 유럽에서는 절박한 현실 앞에
'신부도 결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같은 독일어권 나라에서는
신자들의 70%이상이 사제독신제도를 폐지해야한다는 여론조사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대준 저의 은인본당신부님은
당시 60대 중반이셨는데 본당 3곳의 사목을 맡고 계셨습니다.
부족한 신부, 끊어진 성소, 줄어가는 신자... 이것이 유럽교회의 현실입니다.
혹 신부가 결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성소문제가 해결될 것인지요...
1. 독신제의 배경과 초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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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에 있어서 남자들에게 결혼은 엄격한 의무였습니다.
유대교의 사제들도 당연히 결혼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는 당번사제는 제사전날 밤에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었습니다.
성행위는 극히 부정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느님 앞에서는 깨끗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리스종교의 사제들도 결혼했지만 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전날 밤에
아내와 잠자리를 피하라는 것이 엄격한 계명이었습니다.
당시 그리스 격언:
"제단을 향하여 나아가는 자, 간밤에 비너스의 즐거움을 누리지 말았어야 하느니라."
그리스학자들도 성행위를 극히 부정한 것으로 보았는데, 성행위를 ‘작은 간질’이라 하여
인간의 의식을 무너뜨리는 비이성적인 것으로 가르쳤습니다.
초대교회의 사제들은 이러한 구약 유대교율법과 그리스종교문화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결혼하였는데, 다만 기혼사제들은 미사 드리기 전날 밤에
아내와 잠자리를 금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전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독신을 택하는 사제들도 있었습니다.
초대교회는 혼인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부부간의 성행위는 오직 자녀를 출산하기 위해서만 허용될 수 있는 것이고,
이 경우에도 쾌락을 느끼면 죄가 되는 것으로 가르쳤습니다.
쾌락을 느끼지 말고 성행위를 하라는 것이지요.
“모든 성행위는 불결하다.”는 예로니모의 말은 당시 통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부부간의 성행위에 대한 부정적 개념은 세상을 선과 악, 영혼과 육신, 천상과 지상과 같이
이원론으로 나누어 보던 희랍사상의 영향 속에 많은 신학자들의 문헌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2. 4세기 시기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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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 때는 결혼한 사제들이 많았지만 4세기가 되자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점점 속세를 떠나 광야나 사막으로 피해가는 은수자들이
독신으로 살게 되면서 독신을 택하는 사제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게 됩니다.
이와 함께 4세기에 드디어 '전례상의 금욕계명과 정결'이 교회법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사제는 미사를 드리기 전날 밤에 아내와 잠자리를 금해야 한다'.
즉 '전례상의 금욕계명과 정결'이 이제는 전통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것이지요.
근데 처음에는 미사가 일요일 한번이었지만, 4세기 말부터
점차 평일미사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결혼한 사제들은 이제 매일 밤 아내와 잠자리를 못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은 아내와 잠자리를 하고 미사를 드리는 사제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몰래카메라 같은 것도 없었는데 어떻게 적발할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 교회는 갖가지 처벌과 경제적 제재를 가했지만 효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미사 드리기 전날 밤 금욕을 지키는 것을 기필코 실현하고야 말겠다는
교회의 의지가 마침내 독신이라는 최강의 강제수단을 동원하게 된 것입니다.
3. 제2차 라테란공의회의 독신제정(113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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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9년, 제2차 라테란공의회는 드디어 사제독신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기혼사제들에게는 공의회문헌 반포 즉시 아내를 내보내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1139년 이후로 이제 독신자만 사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사제독신의 동기는 '전례상의 금욕계명과 정결'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교회의 독신제도는 '부부간의 성행위가 불결하고 죄스런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고대 유대사상과 그리스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4.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확인(1962-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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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사제독신의 동기가 ‘전례상의 금욕계명과 정결’만이 아니라, '
하느님나라를 위한 종교적 독신'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공의회는 마태 19,11-12을 원용하여
'하늘나라를 위하여 지키는 동정이나 독신을 통하여 사제는... 더욱 자유롭게 하느님과 사람들을 섬기는데
더 쉽고 더 적합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차 바티칸공의회문헌 사제생활교령 16).
5.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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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은 사제들의 독신을 의무로 하고 있습니다.
정교회는 사제들이 독신을 선택할 수도 있고, 결혼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신교는 목사들이 대부분 결혼하지요.
도대체 ‘육신의 금욕’ 자체가 종교적으로 어떤 가치를 갖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부부간의 성행위가 불결한 것인지...
아직도 부부들이 성행위를 할 때 쾌락을 느끼면 죄가 되는지...
사제는 반드시 독신이어야 하는지... 오늘날 제기되는 의문들입니다.
인간의 성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부사랑과 자녀출산과 같은 긍정적 의미가 있는가하면
성의 남용이 가져오는 병폐와 같은 부정적 의미도 있습니다.
여기에 종교적 독신은 잘못된 성의 사용에 대한 비판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올바른 인간의 성에 대한 인식과 역할을 일깨워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독신생활은 잘못된 성문화나 갖가지 형태의 왜곡에 대한 종교적 저항의 표지'가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독신생활이 가지는 긍정적 역할을 나약한 인간성을 가진 사제들이
과연 현실에서 잘 수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사제들이 독신의 긍정적 의미를 잘 실현하지 못하고 독선과 권위에 빠지고
신경질 환자가 되어간다면 독신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오늘날 독신제를 폐지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첫째,
사제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독신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소모하고,
독신생활로 인해 성격형성이 잘못될 수도 있고,
독신생활에 대한 보상심리로 호사스러운 생활을 할 수도 있는 점과,
둘째,
청소년들이 독신제 때문에 신학교에 지망하지 않고,
신학생들도 독신제 때문에 신학교를 떠나고,
사제들도 독신제 때문에 사제직을 떠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독신을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성질은 고약하게 되면서도 다른 무엇으로
보상 받으려는 심리가 발동한다면 독신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독신제를 폐지하고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해도 여전히 파생되는 문제는 많을 것입니다.
첫째,
애들 과외도 시켜야 할 것이고, 유학도 보내야 할 것이기에 서로 큰 본당에 갈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둘째,
이혼하는 신부, 재혼하는 신부도 안나오겠습니까. 등등...
어쨋든 만약 교회가 독신제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교회를 유지하기가 더이상 불가능한 경우가 된다면 독신제폐지는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또 기혼자 가운데서도 합당한 사람들이 사제직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139년 독신제가 의무가 되었듯이...
언젠가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정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면 기왕이면 하루라도 젊을 때에 그렇게 되면 좋을 건데... ㅋㅋ
결혼과 가정을 포기하는 것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더 큰 가치를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그것을 '하느님나라'라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폭넓은 이웃사랑을 뜻할 것입니다.
독신자는 한사람의 남편이나 한사람의 아내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자유로운 마음으로 ‘만인의 벗’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자기를 필요로 하는 일에 흔쾌히 투신할 수 있는 것이 독신의 큰 장점입니다.
이런 장점을 발휘하여 독신생활을 하는 사제와 수도자들이 ‘만인의 벗’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사제와 수도자들이
인간적인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나라를 위해 헌신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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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대구 대교구 교구청 사목기획실장
전광진 (엘마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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