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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주 약간의 여유와 삶의 지혜가...김은배 수녀님

도구 Ludovicus 2008. 11. 7. 22:20

 

 

2008년 11월 7일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도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

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말하

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

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

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그래서 그

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

게 얼마를 빚졌소?’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

다.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

시오.’ 하고 말하였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

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

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루카 16,1-8)

 

 

 

 

아주 약간의 여유와 삶의 지혜가

 

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병원은 규모는 작지만 독립형 호스피스

병동입니다. 어느 병원이나 마찬가지지만 환자가 우선이고 청결해야 합니

다. 또한 저에겐 환자의 전인적 치료가 우선이며 늘 환자 중심으로 모든 것

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삶의 지향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고 간호하시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그러하

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간호사들의 작은 실수도 그냥 보아 넘길 수

가 없었고 그때마다 잔소리를 했습니다. 어느 병원과도 비교되는 것이 싫

었기에 잔소리 뿐 아니라 제가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늘 붙어 있어야 안심

이 되었습니다. 간호사가 그 정도는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학교에서도 그

렇게 배웠기 때문에 저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호사들은 제 요구에 불만이 커져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환자한테 쏟았던 정성을 반만이라도 직원들에게 쏟았

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저에게 작은 여유

와 삶의 지혜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그때 같이 일하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자

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했던 것입니다. 이제야 마음 아프게 했던 것

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용서를 청합니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지만 하느님을 따르고자 하는 저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삶을 재현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입니다. 그곳에서만이 저를 통

한 예수님의 사랑이 세상에 전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

가 소속된 수도회의 영성이며 제가 살아가야 할 몫입니다. 골고타! 그곳이

제 삶의 최종 목표이고 제가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김은배 수녀(마리아의 작은자매회) 

 

 

 

출처 :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글쓴이 : 새벽향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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